[양복만의 월요논단] 길을 잃어볼 시간
입력 : 2026. 10. 12(월) 03:00
양복만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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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길을 찾는 일이 참 쉬워졌다. 낯선 곳에서도 휴대전화로 지도를 열면 목적지를 찾아가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검색창부터 열어본다. AI에게 질문을 던져 생각을 정리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살펴보기도 한다. 참 편리해졌지만, 그 답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틀린 정보를 사실처럼 내놓기도 하니 무엇을 믿고 선택할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문득 묻게 된다. 길을 잃지 않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일까?
생각이 복잡할 때면 메이즈랜드의 미로를 걷곤 한다. 처음에는 출구부터 찾는다. 이쪽인가 싶어 들어서면 막다른 길이고, 돌아 나오면 또 길이 갈라진다. 몇 번을 헤매다 보면 빨리 나가겠다는 마음도 느슨해진다. 잘못 든 길도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다른 길이었을지 모른다.
미로를 빠져나와 대나무숲에 들어서면 걸음은 저절로 느려진다. 바람이 대나무 잎을 스치고, 흔들리는 잎 사이로 햇빛이 잘게 부서져 내린다. 잠시 멈추니 마음에도 작은 틈 하나가 생긴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제야 바쁘게 걸을 때는 듣지 못했던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언제부터 헤매는 시간을 아까워하게 됐을까?
여행을 떠나기 전 맛집과 볼거리, 이동 경로부터 확인하고, 물건 하나를 살 때도 평점과 후기를 들여다본다. 시행착오는 줄어들었지만 낯선 골목에서 뜻밖의 풍경을 만나거나 우연한 선택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는 순간도 조금씩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편리함 속에서 오히려 놓치기 쉬운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알려준 방향 앞에서 잠시 멈춰 "정말 그럴까?" 하고 묻는 일. 그 작은 물음에서 자기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힘이 자라난다.
아이들에게도 정답보다 질문이 먼저인 시간이 필요하다. '왜 그럴까?' 스스로 궁금해하고, 익숙한 답에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생각을 키워가는 그런 경험말이다.
정답을 알려주는 일은 쉽지만 질문을 품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대신해 줄 수 없다. 답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이기에 더욱 그렇다.
돌이켜보면 헤매는 시간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멈추거나 돌아가고, 다른 길을 기웃거리다 보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보일 때가 있었다. 사유도 어쩌면 정답으로 곧장 달려가지 않는 그 틈에서 시작되는지 모른다.
살아보니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일이 뜻밖의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돌아간 줄 알았던 시간이 훗날 삶을 깊게 해 준 적도 있었다. 막다른 길인 줄 알았던 곳에도 또 하나의 길이 있었다.
앞으로도 삶은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우리를 세울 것이다. 그럴 때 가끔은 길을 잃어볼 여유를 남겨두었으면 한다.
조금 돌아가면 어떤가. 예상하지 못한 길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도 있으니까. 어쩌면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가장 빠른 길이 아니라, 나만의 길인지도 모른다. <양복만 제주영유아발달지원센터장·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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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묻게 된다. 길을 잃지 않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일까?
생각이 복잡할 때면 메이즈랜드의 미로를 걷곤 한다. 처음에는 출구부터 찾는다. 이쪽인가 싶어 들어서면 막다른 길이고, 돌아 나오면 또 길이 갈라진다. 몇 번을 헤매다 보면 빨리 나가겠다는 마음도 느슨해진다. 잘못 든 길도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다른 길이었을지 모른다.
미로를 빠져나와 대나무숲에 들어서면 걸음은 저절로 느려진다. 바람이 대나무 잎을 스치고, 흔들리는 잎 사이로 햇빛이 잘게 부서져 내린다. 잠시 멈추니 마음에도 작은 틈 하나가 생긴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제야 바쁘게 걸을 때는 듣지 못했던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언제부터 헤매는 시간을 아까워하게 됐을까?
여행을 떠나기 전 맛집과 볼거리, 이동 경로부터 확인하고, 물건 하나를 살 때도 평점과 후기를 들여다본다. 시행착오는 줄어들었지만 낯선 골목에서 뜻밖의 풍경을 만나거나 우연한 선택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는 순간도 조금씩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편리함 속에서 오히려 놓치기 쉬운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알려준 방향 앞에서 잠시 멈춰 "정말 그럴까?" 하고 묻는 일. 그 작은 물음에서 자기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힘이 자라난다.
아이들에게도 정답보다 질문이 먼저인 시간이 필요하다. '왜 그럴까?' 스스로 궁금해하고, 익숙한 답에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생각을 키워가는 그런 경험말이다.
정답을 알려주는 일은 쉽지만 질문을 품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대신해 줄 수 없다. 답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이기에 더욱 그렇다.
돌이켜보면 헤매는 시간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멈추거나 돌아가고, 다른 길을 기웃거리다 보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보일 때가 있었다. 사유도 어쩌면 정답으로 곧장 달려가지 않는 그 틈에서 시작되는지 모른다.
살아보니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일이 뜻밖의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돌아간 줄 알았던 시간이 훗날 삶을 깊게 해 준 적도 있었다. 막다른 길인 줄 알았던 곳에도 또 하나의 길이 있었다.
앞으로도 삶은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우리를 세울 것이다. 그럴 때 가끔은 길을 잃어볼 여유를 남겨두었으면 한다.
조금 돌아가면 어떤가. 예상하지 못한 길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도 있으니까. 어쩌면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가장 빠른 길이 아니라, 나만의 길인지도 모른다. <양복만 제주영유아발달지원센터장·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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