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92] 3부 오름-(151) 골머리와 개미등
입력 : 2026. 10. 13(화) 03:00
김찬수 hl@ihalla.com
가가
‘골머리’와 ‘개미등’은 같은 뜻, 골이 있는 등성마루

골머리의 옛 표기와 해석의 의문
[한라일보] 산줄기와 골짜기가 밀집한 아흔아홉골 일대, 골짜기가 수없이 많아 붙은 이름이라는 오름이 있다. '골머리'다. 이 골짜기들은 가까이는 어승생오름 동쪽 기슭에서, 멀리는 한라산 북서 사면의 꽤 높은 지대에서 시작된다. 대부분 서쪽의 도근천, 동쪽의 일부는 한천으로 합류한다.
17세기 '탐라지' 등에 '동산(洞山)'이라고 기록한 이래 '곡두(谷頭)' '골두(骨頭)' 등으로 표기했다. 이 오름의 이름을 '골의 머리'에 해당한다는 뜻이라는 연구가 있다. 그 근거는 고문헌에 나타나는 표기들이 모두 '골머리'의 한자 차용 표기라는 것이다. 그 설명은 다음과 같다. '동(洞)'은 '골 동'자이므로 '골'을 나타내는 훈독자이고, '산(山)'은 '뫼'의 제주어 '미' 또는 '메'의 훈독자 표기라는 것이다. '곡(谷)' 역시 '골 곡'의 훈독자 표기이며, '골(骨)'은 '골'의 음가자 표기이고, '두(頭)'는 '마리', '머리'의 훈독자 표기로 보았다. 그러나 실제로 이랬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우선 '산(山)'은 '뫼'의 제주어 '미' 또는 '메'의 훈독자 표기라는 부분이다. 만약 이 추정대로라면 '동산(洞山)'이라는 표기는 '골미' 혹은 '골메'였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 표기를 '골의 머리'로 해석하는 것일까?
골의 머리인가, 골이 있는 마루인가
또 하나는 '두(頭)'를 '마리' 또는 '머리'의 훈독자 표기로 본다는 점이다. '석보상절', '용비어천가'등 훈민정음 창제 시대에는 대체로 '머리 두'로 나온다. 그러나 1783~1789년 '왜어유해'에는 '마리 두'라 했다.
이후 '마리'로 쓰는 경향이 두드러지다가 현대에 들어와서 급격히 소멸해 다시 '머리'로 나타난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머리' 혹은 '마리'가 혼용됐거나 '마르'로 발음됐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제주 지역에서는 '마르'를 '머리'라고 하거나 '마르'와 '머리'를 구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지명도 꽤 있다. '동산(洞山)'의 '산'은 '마르'를 표현하는 데 흔히 동원된다. 물론 '마르'가 '미' 혹은 '메'로 축약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동산(洞山)'은 '골마르'라고 해독된다. '곡두(谷頭)', '골두(骨頭)' 역시 '골마르'라고 해독될 수 있다.
'골머리'를 '골의 머리'로 해독한다면 아주 부자연스럽다는 점도 문제다. '골의 머리'란 어떤 지형을 가리킨다는 것인가. 위의 설명은 '골'의 상류 지류가 '골머리'에 해당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 머리에 해당하는 곳이므로 '골머리' 혹은 '골머리오름'이라고 했다고 한다. 골머리를 '상류 지류'의 뜻으로 해석하려면 별도의 용례와 지형적 근거가 필요하다. '골머리' 혹은 '골머리오름'이라 부르는 지형은 깊은 골이 있으면서 등성이가 평평하다. '골이 있는 마루'라 하기에 알맞다.
벌과 풍뎅이는 어디 가고 개미만
한라산에 '개미등'이라는 지명이 있다. 한라산 동북 사면, 관음사 탐방로의 '삼각봉대피소 북쪽 능선'에 있는 지명이다. 즉 관음사 탐방로에서 탐라계곡을 올라선 지점에서 삼각봉대피소로 오르는 등성이를 말한다. 탐라계곡은 이후 개미등의 왼쪽 곧 서쪽을 흐르다가 용진골에서 다시 탐방로를 만난다. 지금은 큰 다리가 놓여 있다. '개미목'이라는 지명도 있다.
'개미목' 표지판을 기준으로 하면 관음사 탐방로 입구에서 약 5㎞ 떨어진 해발 약 1200m 지점에 해당한다. 개미등은 1770년대 '제주삼읍도총지도'에 '장지(長旨)'라고 표기하고 그 아래에 '의항(蟻項)'으로 표기했다는 문헌이 있다. 1899년 '제주군읍지'의 '제주지도'에 '의항(蟻項)'이라고 표기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장지(長旨)'는 '진마르', '진마루'의 한자 차용 표기라는 설명이 있다. 그리고 '의항(蟻項)'은 개미목의 한자 차용 표기라 설명한다. 그러면서 '진마루'가 '개미등'을 지시하는 것이며, 등성이가 개미의 등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연구서가 있다. '개미목'은 잘록한 부분이라고 했다.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우선 '장지'라는 표기는 한자의 뜻 그대로 '긴 마르'일 수는 있다. 그러나 '마루 지(旨)'에서 유래한 '진마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경우 '마르마르'가 돼 이중첩어 지명이 된다. '마르'라는 뜻으로 사용한 지명일 것이다. 본 기획에서도 여러 차례 다뤘듯이 물미오름, 모지오름, 망젱이처럼 '마르마르' 등은 보이나 '긴 마르', '짧은 마르' 등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의항(蟻項)'이 한자 뜻으로 개미의 목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 경우 훈가자로 쓴 것이다. 발음이 개미목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개미등'이란 지명은 곤충인 '개미의 등'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주장을 하려면 왜 벌이나 풍뎅이가 아니라 개미를 사용했는지도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이 지명은 '개미+등'의 구조다. '개미'는 다시 '개+미'의 구조다. '미'는 흔히 '마르'의 축약으로 나타난다. 지미오름, 말미오름 등 여러 오름 지명에서 볼 수 있었다. '개'는 '골', '고르' 또는 여기서 'ㄹ'이 탈락한 변음 '가', '괴', '개', '갓', '꾀' 등으로 나타난다. 개오름, 개오리오름, 개꼬리오름, 갯거리오름 등에서 볼 수 있다. 지명어에서 '등'은 '등성이'의 준말로 쓰이는 사례가 조사된 바 있다. 또한 '등(等)'으로 표기되는 지명어는 그 훈인 '달·들'로 읽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한자는 '등급 등'으로 알려졌지만, '달 등', '들 등'이라고도 한다. 오름 지명에서 '달·들' 등은 닥라미, 따라비오름, 다래오름, 들레오름, 달마르 등에서 보듯이 위가 평평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개미등'은 고유어 '골마르등성이'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골짜기가 있으면서 윗부분이 평평한 등성마루라는 뜻이다. '골머리오름'과 '개미등'은 같은 뜻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한라일보] 산줄기와 골짜기가 밀집한 아흔아홉골 일대, 골짜기가 수없이 많아 붙은 이름이라는 오름이 있다. '골머리'다. 이 골짜기들은 가까이는 어승생오름 동쪽 기슭에서, 멀리는 한라산 북서 사면의 꽤 높은 지대에서 시작된다. 대부분 서쪽의 도근천, 동쪽의 일부는 한천으로 합류한다.
![]() |
| 골머리 혹은 골머리오름이라고도 부른다. 남쪽 공원묘지에서 촬영 |
우선 '산(山)'은 '뫼'의 제주어 '미' 또는 '메'의 훈독자 표기라는 부분이다. 만약 이 추정대로라면 '동산(洞山)'이라는 표기는 '골미' 혹은 '골메'였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 표기를 '골의 머리'로 해석하는 것일까?
골의 머리인가, 골이 있는 마루인가
또 하나는 '두(頭)'를 '마리' 또는 '머리'의 훈독자 표기로 본다는 점이다. '석보상절', '용비어천가'등 훈민정음 창제 시대에는 대체로 '머리 두'로 나온다. 그러나 1783~1789년 '왜어유해'에는 '마리 두'라 했다.
![]() |
| 개미등은 관음사탐방로 탐라계곡에서 삼각봉까지 구간이다. 네이버 지도 제공 |
'골머리'를 '골의 머리'로 해독한다면 아주 부자연스럽다는 점도 문제다. '골의 머리'란 어떤 지형을 가리킨다는 것인가. 위의 설명은 '골'의 상류 지류가 '골머리'에 해당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 머리에 해당하는 곳이므로 '골머리' 혹은 '골머리오름'이라고 했다고 한다. 골머리를 '상류 지류'의 뜻으로 해석하려면 별도의 용례와 지형적 근거가 필요하다. '골머리' 혹은 '골머리오름'이라 부르는 지형은 깊은 골이 있으면서 등성이가 평평하다. '골이 있는 마루'라 하기에 알맞다.
벌과 풍뎅이는 어디 가고 개미만
한라산에 '개미등'이라는 지명이 있다. 한라산 동북 사면, 관음사 탐방로의 '삼각봉대피소 북쪽 능선'에 있는 지명이다. 즉 관음사 탐방로에서 탐라계곡을 올라선 지점에서 삼각봉대피소로 오르는 등성이를 말한다. 탐라계곡은 이후 개미등의 왼쪽 곧 서쪽을 흐르다가 용진골에서 다시 탐방로를 만난다. 지금은 큰 다리가 놓여 있다. '개미목'이라는 지명도 있다.
![]() |
| 깊은 계곡 위 개미등의 개목밭 소나무숲으로 1930년대에는 초지대였다. 김찬수 |
'장지(長旨)'는 '진마르', '진마루'의 한자 차용 표기라는 설명이 있다. 그리고 '의항(蟻項)'은 개미목의 한자 차용 표기라 설명한다. 그러면서 '진마루'가 '개미등'을 지시하는 것이며, 등성이가 개미의 등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연구서가 있다. '개미목'은 잘록한 부분이라고 했다.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우선 '장지'라는 표기는 한자의 뜻 그대로 '긴 마르'일 수는 있다. 그러나 '마루 지(旨)'에서 유래한 '진마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경우 '마르마르'가 돼 이중첩어 지명이 된다. '마르'라는 뜻으로 사용한 지명일 것이다. 본 기획에서도 여러 차례 다뤘듯이 물미오름, 모지오름, 망젱이처럼 '마르마르' 등은 보이나 '긴 마르', '짧은 마르' 등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의항(蟻項)'이 한자 뜻으로 개미의 목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 경우 훈가자로 쓴 것이다. 발음이 개미목이라는 뜻이다.
![]() |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