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바다가 여는 찰나의 길, 추자도 ‘다무래미’
입력 : 2026. 10. 21(수) 02:00
차무관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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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와 육지 사이, 바람이 머무는 추자도에는 물길이 먼저 인사를 건네는 곳이 있다. 상추자도 끝자락, 바다가 갈라지며 드러나는 갯길로 연결되는 작은 섬 '다무래미'다. '추자도판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이곳은 사리 때 간조에 맞춰 가야 바닷길이 드러난다.

자갈길을 디디면 몽돌들이 부딪히는 소리는 어떤 음악보다 명징하다. 썰물과 함께 나타나는 길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순리를 보여준다. 기다리지 않으면 건널 수 없고 물이 차오르기 전에 돌아오지 않으면 고립된다는 사실은 '기다림'과 '때(時)'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바위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면 바다가 비워낸 공간의 풍요로움을 느낀다. 길이 바다가 되고 바다가 다시 길이 되는 변화를 보며 삶의 순간들을 떠올린다.

막힘과 연결, 멈춤과 나아감도 다무래미의 물길과 닮아 있다. 파도에 길이 막혀도 기다리면 숨은 길이 나타나듯 공직생활의 난관과 어려운 민원들도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다 보면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 찾아온다.

다무래미의 바닷길은 관광지의 신비를 넘어 차오름과 비워냄을 반복하는 자연의 위로다. 숨을 고르고 싶다면 갯길을 걸어보길 권한다. 바다가 열어주는 길 위에서 스스로의 속도를 되찾고 다시 나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차무관 제주시 추자면 부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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