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워싱턴 '한국정원'의 의미와 과제]
입력 : 2011. 04. 27(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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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자원·민속문화 등 제주자산 한국정원 장식
▲1943년 4월 당시 미국에 망명중이던 이승만 박사가 워싱턴 D.C. 아메리칸대 교정에 심은 한국산 벚나무 네 그루 중 현재 세 그루가 남아 있다. 이 벚나무는 국립산림과학원의 DNA 분석 결과, 제주가 원산지인 왕벚나무로 확인됐다. 이곳에 조성된 한국정원에는 돌하르방과 정낭, 동자석도 세워졌다. /사진=강시영기자
국립산림과학원·주미 한국대사관·한국문화원 주도
식물 대부분 제주산… 돌하르방·정낭·동자석도 설치
지지부진 왕벚 세계화 추진동력·민속문화 전파 기회

워싱턴 D.C. 아메리칸 대학교 교정에 조성된 '한국정원'은 제주 향토자산을 축소판처럼 보여준다. 여기에는 제주의 민속문화와 생태학적 의미까지 담겨져 있다.

이 곳의 한국정원은 왕벚나무 등 대부분의 식물이 제주산으로 채워져 있을뿐만 아니라 돌하르방 석상과 정낭, 그리고 동자석도 세워져 제주민속문화까지 포괄적으로 담아냈다. 제주의 자랑과 긍지도 함께 미국의 심장부에 심은 것으로, 제주문화사에도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할만 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뜻깊은 행사에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워싱턴의 한국정원은 한라산에서 자생지가 발견된지 1세기 만에 제주의 토종 왕벚나무가 세계로 진출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주미 한국대사와 우리나라 산림연구를 주도하는 정부 최고 책임자, 그리고 미국의 지식인 그룹인 아메리칸대가 제주 토종 왕벚나무의 워싱턴 식재를 주도한 것 자체만으로도 상징적이다. 이를 계기로 향후 제주 왕벚나무의 세계화를 위한 강력한 추진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찬수 박사는 "제주 토종 왕벚나무의 워싱턴 진출은 이 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라는 사실과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함축적으로 보여준 결정판"이라고 평가하면서 "제주 왕벚나무의 증식과 확대 보급을 위한 전략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제주산 왕벚나무의 차별화와 세계화를 위한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의 종합적인 후속전략과 대책이 요구된다. 이는 우근민 도정이 내건 '세계가 찾는 제주, 세계로 가는 제주'의 비전과도 다름 아니다.

한국정원에는 이번에 1단계로 왕벚나무와 무궁화, 한라산 구상나무, 진달래, 산철쭉 등 목본 31종 233그루, 초본으로는 제주상사화 등 11종 300여 그루 등을 포함해 모두 42종 530그루가 심어진다. 대부분이 제주산이다. 제주에 있는 난대산림연구소(서귀포시 돈내코 소재)를 중심으로 국립산림과학원과 제주 출신의 김찬수 박사가 이를 주도했다. 이 나무와 식물들은 미국 현지에서 격리재배를 거쳐 단계적으로 한국정원에 옮겨 심게 된다. 아메리칸대로부터 한국정원 조성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받은 한덕수 주미대사와 워싱턴 한국문화원은 제주자치도와 접촉해 돌하르방 두 쌍과 정낭 세 쌍을 공동으로 지원했다. 한국정원에는 제주자치도가 기증한 높이 1.5m짜리 돌하르방 한 쌍과 정낭, 워싱턴 한국문화원이 지원한 1m짜리 돌하르방 한 쌍이 각각 세워졌다.

서귀포문화사업회(회장 이석창)와 조경업체 '자연제주'는 2010년 4월 제주를 방문했던 아메리칸대 국제관계대학의 루이스 굿맨 학장과 만나 제주의 식물자원과 민속문화 등 제주적인 것을 정원에 담아낼 것을 자문했으며, 굿맨 학장의 요청으로 공식 반출 절차를 거쳐 동자석 두쌍을 이번에 직접 공수하기도 했다. 제주의 옛 무덤에 쌍으로 세웠던 동자석은 자연친화적이고 토착적이며, 소박하면서도 해학적인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제주민속문화다.

아메리칸대의 초청으로 현지 기념식에도 참석한 이석창 회장은 "제주의 귀중한 식물자원 뿐만 아니라 제주를 상징하는 민속문화까지 미국의 심장부에 전파할 수 있는 매우 뜻깊고 소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D.C.=강시영기자

[ '한국정원' 어떻게 성사됐나 ]
워싱턴 왕벚나무 원산지 제주産 결정적 계기
아메리칸대 작년 제주 방문 왕벚 기증받아
본보 기념식 공식 초청… 창간특집호 전달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위치한 아메리칸대학교(AU) 국제관계대학 교정에는 특별히 한국벚나무(Korean Cherry Trees)라는 제목의 표석이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끈다. 이 표석은 왕벚나무 원산지가 한국이므로 한국벚나무라는 제목을 붙였음을 밝힌 것이다.

표석에는 1943년 4월 당시 미국에 망명중이던 이승만 박사가 한국에서 선교사 생활을 했던 아메리칸대 폴 더글러스 총장과 함께 한국 독립을 원하는 지성인들의 의지를 담아 심었다'고 기록돼 있다.

원래 네 그루를 심었으나 수년전 1그루가 고사, 지금은 세그루만 남아 있다.

▲한라일보 취재진은 이번 한국정원 조성 기념식에 아메리칸대의 공식 초청으로 참석, 본보가 워싱턴 한국정원과 왕벚나무를 특집보도한 올해 창간특집호(4월 22일자) 등을 기념품으로 제공했다.
당시 워싱턴시 포토맥 강변에는 왕벚나무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는데, 20세기초에 도쿄시장이 기증하여 심은 것이라 하여 '저패니스 체리 트리'로 불리고 있었다. 이에 이승만 박사가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한국이라면서 미국 내무부에 '코리언 체리'로 바꿀 것을 제의했다고 전해진다. 이 대학 교정에 조성돼 25일(현지시각) 개장식이 열린 한국정원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한국정원 프로젝트는 아메리칸대 루이스 굿맨 국제관계대학장이 적극 나서면서 탄력을 받았다. '이승만 벚나무'를 계기로 한국식 정원을 조성하면 벚나무는 모두 일본산이라는 미국인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측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 소식은 2008년 미 농림부 산하 농업연구소 유전자원연구실의 연구원으로 근무중이던 재미 한국인 식물학자이자 벚나무 전문가인 정은주 박사와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의 왕벚나무 권위자인 제주 출신의 김찬수 박사에게 전해졌다. 이들은 DNA 분석과 표본 등을 통해 이 나무의 원산지가 제주산인 왕벚나무임을 확인했다.

이듬해인 2009년 3월에는 김 박사가 아메리칸대의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 굿맨 학장과 한덕수 주미대사를 만나 왕벚나무 원산지 증거자료와 함께 제주산임을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정원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어 굿맨 학장은 2010년 4월 직접 제주를 찾았다. 이때 국립산림과학원은 아메리칸대에 있는 왕벚나무에서 채취한 싹을 접목해 키운 묘목 9그루와 한라산에 자생하는 왕벚나무를 꺾꽂이해 접목 방식으로 키운 3년생 묘목 등 20그루를 굿맨 학장에게 기증했다.

제주도에서 돌하르방과 민가의 대문인 정낭, 동자석 등을 보고 매력을 느낀 굿맨 학장은 한국정원에 이들을 함께 설치하기로 했으며, 제주자치도와 주미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서귀포문화사업회 등의 지원으로 결실을 보게 됐다.

/워싱턴D.C.=강시영기자

[특집 인터뷰 / 닐 커윈 아메리칸대 총장] "돌하르방 기증에 감사"

"한국인들이 아메리칸대에 한국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선물해준데 대해 감사하며, 앞으로 한미간 우정은 물론 파트너십의 징표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닐 커윈 아메리칸대 총장은 "이승만 대통령이 아메리칸대에 벚나무를 심은 이후 우리 대학과 한국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한국출신 교수는 물론 학생들의 연구활동도 활발하다"고 전했다. 이 대학에는 현재 400여명에 이르는 한국 출신 학생 등이 몸담고 있다.

그는 "이번에 우리대학 한국정원을 위해 기증된 돌하르방과 정낭, 그리고 다양한 수목들은 한국과 미국 뿐만 아니라 아메리칸대학교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지속케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며 한국인들에 거듭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특집 인터뷰 /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 "미국서 조직배양 증식"

"미국과 한국, 그리고 아메리칸대학교와 국립산림과학원의 우정의 표상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왕벚나무를 심은 지 68년 만에 왕벚나무의 고향 제주도에서 가져온 왕벚나무를 심게 되었습니다."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은 "지금 조성하고 있는 한국정원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심은 왕벚나무와 그 고향에서 온 왕벚나무들, 그리고 고향에서 온 42종 533그루의 나무들과 야생화들이 살아가게 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동반자 관계를 상징하는 기념물로 워싱턴DC 시민들에게도 개방되어 영원히 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원장은 또 "앞으로 제주도 원산의 왕벚나무들을 이곳 미국 농림부 농업연구소에서 조직배양을 통하여 증식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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