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백리백경.. 가름 따라, 풍광 따라] (122)한림읍 귀덕2리
입력 : 2026. 10. 02(금) 03:00
양기훈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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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할 정도로 낭만과 인정이 넘치는 마을

[한라일보] 감동은 작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삶과 삶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발견하게 된다. 이 마을이 보유한 가장 소중한, 어쩌면 섬 제주의 조상들에게는 당연한 문화였음에도 멸실 돼버린 모습이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입증 근거 장면은 이러하다. 한치가 많이 잡히는 계절에 레저용 배를 비롯한 어선들이 바다로 나가서 한치를 잡아오는 시간이 늦은 오후가 됐을 경우 방파제 부근 공간에 테이블을 가지고 오는 주민들이 있다.
한치를 썰어서 회로 먹기 위함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먹어보라고 권유하는 문화. 가로등에 불이 켜지고 자연스럽게 지나가던 관광객과 마을 주민 모두가 어울리는 '깜짝 한치파티'가 열리게 된다. 요리에 한치버터구이까지 등장하면 흐뭇함을 넘어 감동의 시간이라고 이주해 와서 살고 있는 분들은 설명한다. 팔고 사는 한치가 아니라 귀덕2리 포구를 낭만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정신문화다. 넉넉한 인정이 없이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견고한 전통과 함께하는 짜릿함을 이방인들은 향유하게 된다. 외형적 물질로 꾸며진 제주의 민속이 아니라 나눔과 공유문화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진정한 제주인들의 마을이다.
마을의 위치는 제주시 중심부에서 일주도로를 따라 26㎞ 떨어진 곳. 반농반어촌의 삶의 모습을 지닌 부지런한 사람들의 마을. 풍요롭고 청정한 해안을 끼고 있어서 잡아 올리는 해산물들의 진가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토질이 좋기로 섬제주에서 으뜸인 이곳이기에 쪽파에서부터 브로콜리, 콜라비 등을 통해 농업소득을 높이는 곳이다. 근래에 들어서 블루베리로 고소득을 올리려는 농가들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표적인 마을 만들기 사업의 성과는 세계 최초의 해녀학교라고 할 수 있다. 16년 넘는 기간 동안 꾸준하게 졸업생을 배출해내고 있는 추진력과 지구력은 해녀문화를 연구하는 국제기구 외국인들마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201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녀문화를 계승하고 시대정신에 맞게 발전시키고자 하는 귀덕2리의 노력. 마을 해녀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서 일반인들에게 해녀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마을 하나가 이룩한 업적으로 생각하면 국가대표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해녀학교다. 가장 중요한 국가적 관심은 해녀학교 졸업생들이 생업으로 해녀생활을 하고자 했을 경우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재도적 장치와 해녀문화특구와 같은 지정을 통해 귀덕2리 해안 자체가 전통문화와 실질소득이 융합된 해녀들의 공간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지연대, 진질개 도대불, 굼들애기물, 항벌러진물 등 마을 조상들이 살아온 역사적인 장소들을 돌아보며 이 마을과 함께 평생을 살다 간 분들을 생각했다. 그분들이 물려준 마을에서 세계인들에게 해녀문화의 인류사적 가치를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대견해하실 것이다.
김방노 이장에게 귀덕2리가 보유한 가장 큰 자긍심을 묻자 간명하게 대답했다. "낭만과 인정" 어찌 된 영문인지 아득바득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토질이 주는 농업생산성이 다른 마을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요로움을 줘서 그런지 어딘가 모르는 여유와 삶은 즐기려는 낭만적이 풍토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인정이 넘치는 마을 분위기가 형성되고 관광객은 물로 이주민들까지 함께 동화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이 시대에 경쟁력이라고 하는 단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엄청난 정신적 자산을 보유한 마을이다. 개방적인 마을 분위기가 곳곳에 넘쳐나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정체성과 관련된 대목을 견고하게 지켜내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귀덕 지역은 고려시대 탐라를 원나라가 직접 관리하기 위해 설치한 탐라총관부 14개 현 중에 하나인 귀덕현이 존재하던 곳이다. 인구와 생산성 모든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인정되던 요충지. 설촌 시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곤란할 정도로 아주 오래된 전통을 보유한 마을. <시각예술가>
한라산 가는 눈부신 길
<수채화 79㎝×35㎝>
산을 향하지 않는 길이 어디 있으랴, 또한 바다로 향한 길들을 뒤돌아 가면 다시 이런 길을 만나게 된다. 귀덕2리를 지나가는 일주도로변과 잇닿은 농로.
눈부신 오후 가을 태양광선이 찬란하게 이 마을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동양화의 밀한법이 넘실거린다. 빽빽함과 한가로움이 대비되는 구조다. 근경의 돌담들은 그냥 그대로 살아온 사연들이다. 숱한 삶의 이야기가 오롯이 저렇게 밭담이 돼서 이 가을 높은 하늘을 향유한다. 작위적이지 않은 그대로의 쌓임이 가까이서 지난날을 이야기한다. 미세하게 다른 색을 지닌 질감이 서로서로를 부둥켜안고 결속력을 보여주니 정겨움이란 이런 것.
가까이 있는 것들은 오밀조밀 하지만 멀리 있는 것들은 한가로운 자태로 여유롭다. 한라산과 그 아래를 지나는 중산간지대 오름들의 곡선. 현란하게 자신을 뽐내는 유명관광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걸어가고 싶은 길. 묵묵하게 걸어서 저 굽이를 돌아가면 바로 한라산에 당도할 것 같은 착각을 만끽하게 해주는 농부들의 길이다. 악랄하다 싶을 정도로 돌담 하나하나를 실로 자수를 놓듯이 그렸다. 심포니를 들려주기 위해서는 수 십 개의 악기가 함께 연주를 해야 하듯이 이 자연과 인간이 빚어낸 길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돌 하나하나가 모두 교향곡을 연주하는 악기다. 모두가 같은 악보를 가지고 어떤 주제를 연주하는 심정을 그린 것. 귀덕2리의 가을 햇살은 이토록 너무나 정성스럽다. 등짐 지고 내려오던 할망들이 그립기도 하고.
해녀의 꿈 하늘에 이르러
<수채화 79㎝×35㎝>
필자가 낭만포구라고 명명한 귀덕2리 방파제 부근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놀라게도 숨은 그림 찾기가 기다리고 있다. 해녀가 바닷가에서 올라오며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거나, 숨을 참고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 전복을 캐고는 수면 위로 올라와 길게 숨비소리를 내는 해녀의 동작이 그대로 드러난 형상이다. 분동산이라고 하는 해안가 작은 언덕이 이불이라면 잠자고 있는 해녀의 꿈이 저기 하늘에 환상적인 구름이 돼 나타나 있는 것이다. 오후 3시 이후에 태양광선의 각도가 절묘하게 실루엣을 만들어내야 저 신비로운 해녀는 모습을 드러낸다. 해녀학교가 있는 마을이라는 것이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에 그린 것이다. 인간이 조형물로 저러한 형상을 만든다면 과연 이토록 큰 공명을 울리는 감동이 발생하겠는가. 용암이 흘러와 바다와 만나 돌이 됐고 바다는 해녀들의 삶을 품어왔기에 그 영혼을 파도로 조각했다.
바다와 하늘 그리고 해녀의 혼이 한 화면 안에서 서로를 감싸고 격려한다. 엄청난 시각적 자원이다. 스토리텔링 자원이기에 앞서서 애잔함이 울려 퍼진다. 이 바다에서 평생을 살다 간 해녀들의 소망이요 꿈은 무엇이었을까? 저 신비로운 해녀는 이렇게 답하고 있다. "나에겐 어떤 부귀영화 욕심이 없다. 걱정 근심만 없으면 된다. 딱 하나 욕심이 있다면 자식들 잘되는 것." 해녀이기 이전에 우리네 어머니였음을 상기시키는 모습이기에 그리는 내내 울컥한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모습 그대로 희망의 메시지.
제작 지원=제주특별자치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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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방노 이장 |
마을의 위치는 제주시 중심부에서 일주도로를 따라 26㎞ 떨어진 곳. 반농반어촌의 삶의 모습을 지닌 부지런한 사람들의 마을. 풍요롭고 청정한 해안을 끼고 있어서 잡아 올리는 해산물들의 진가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토질이 좋기로 섬제주에서 으뜸인 이곳이기에 쪽파에서부터 브로콜리, 콜라비 등을 통해 농업소득을 높이는 곳이다. 근래에 들어서 블루베리로 고소득을 올리려는 농가들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표적인 마을 만들기 사업의 성과는 세계 최초의 해녀학교라고 할 수 있다. 16년 넘는 기간 동안 꾸준하게 졸업생을 배출해내고 있는 추진력과 지구력은 해녀문화를 연구하는 국제기구 외국인들마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201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녀문화를 계승하고 시대정신에 맞게 발전시키고자 하는 귀덕2리의 노력. 마을 해녀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서 일반인들에게 해녀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마을 하나가 이룩한 업적으로 생각하면 국가대표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해녀학교다. 가장 중요한 국가적 관심은 해녀학교 졸업생들이 생업으로 해녀생활을 하고자 했을 경우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재도적 장치와 해녀문화특구와 같은 지정을 통해 귀덕2리 해안 자체가 전통문화와 실질소득이 융합된 해녀들의 공간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지연대, 진질개 도대불, 굼들애기물, 항벌러진물 등 마을 조상들이 살아온 역사적인 장소들을 돌아보며 이 마을과 함께 평생을 살다 간 분들을 생각했다. 그분들이 물려준 마을에서 세계인들에게 해녀문화의 인류사적 가치를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대견해하실 것이다.
김방노 이장에게 귀덕2리가 보유한 가장 큰 자긍심을 묻자 간명하게 대답했다. "낭만과 인정" 어찌 된 영문인지 아득바득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토질이 주는 농업생산성이 다른 마을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요로움을 줘서 그런지 어딘가 모르는 여유와 삶은 즐기려는 낭만적이 풍토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인정이 넘치는 마을 분위기가 형성되고 관광객은 물로 이주민들까지 함께 동화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이 시대에 경쟁력이라고 하는 단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엄청난 정신적 자산을 보유한 마을이다. 개방적인 마을 분위기가 곳곳에 넘쳐나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정체성과 관련된 대목을 견고하게 지켜내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귀덕 지역은 고려시대 탐라를 원나라가 직접 관리하기 위해 설치한 탐라총관부 14개 현 중에 하나인 귀덕현이 존재하던 곳이다. 인구와 생산성 모든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인정되던 요충지. 설촌 시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곤란할 정도로 아주 오래된 전통을 보유한 마을. <시각예술가>
한라산 가는 눈부신 길
<수채화 7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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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오후 가을 태양광선이 찬란하게 이 마을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동양화의 밀한법이 넘실거린다. 빽빽함과 한가로움이 대비되는 구조다. 근경의 돌담들은 그냥 그대로 살아온 사연들이다. 숱한 삶의 이야기가 오롯이 저렇게 밭담이 돼서 이 가을 높은 하늘을 향유한다. 작위적이지 않은 그대로의 쌓임이 가까이서 지난날을 이야기한다. 미세하게 다른 색을 지닌 질감이 서로서로를 부둥켜안고 결속력을 보여주니 정겨움이란 이런 것.
가까이 있는 것들은 오밀조밀 하지만 멀리 있는 것들은 한가로운 자태로 여유롭다. 한라산과 그 아래를 지나는 중산간지대 오름들의 곡선. 현란하게 자신을 뽐내는 유명관광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걸어가고 싶은 길. 묵묵하게 걸어서 저 굽이를 돌아가면 바로 한라산에 당도할 것 같은 착각을 만끽하게 해주는 농부들의 길이다. 악랄하다 싶을 정도로 돌담 하나하나를 실로 자수를 놓듯이 그렸다. 심포니를 들려주기 위해서는 수 십 개의 악기가 함께 연주를 해야 하듯이 이 자연과 인간이 빚어낸 길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돌 하나하나가 모두 교향곡을 연주하는 악기다. 모두가 같은 악보를 가지고 어떤 주제를 연주하는 심정을 그린 것. 귀덕2리의 가을 햇살은 이토록 너무나 정성스럽다. 등짐 지고 내려오던 할망들이 그립기도 하고.
해녀의 꿈 하늘에 이르러
<수채화 7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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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하늘 그리고 해녀의 혼이 한 화면 안에서 서로를 감싸고 격려한다. 엄청난 시각적 자원이다. 스토리텔링 자원이기에 앞서서 애잔함이 울려 퍼진다. 이 바다에서 평생을 살다 간 해녀들의 소망이요 꿈은 무엇이었을까? 저 신비로운 해녀는 이렇게 답하고 있다. "나에겐 어떤 부귀영화 욕심이 없다. 걱정 근심만 없으면 된다. 딱 하나 욕심이 있다면 자식들 잘되는 것." 해녀이기 이전에 우리네 어머니였음을 상기시키는 모습이기에 그리는 내내 울컥한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모습 그대로 희망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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