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생명안전망 넓어졌지만… '아픈 지표' 마주한 제주
입력 : 2026. 09. 30(수) 14:41수정 : 2026. 09. 30(수) 15:26
특별취재팀=박소정·양유리·강희만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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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생명존중도시로 나아간다]<8>제주의 과제
지표 개선에도 자살률 2년 연속 전국 1위… 10대 증가폭 커
정부, 지역 대응력 강조… 예방관 지정했지만 전담조직 없어
전문가들 "연결 체계와 지역사회 관심 함께 작동하는 구조를"
지표 개선에도 자살률 2년 연속 전국 1위… 10대 증가폭 커
정부, 지역 대응력 강조… 예방관 지정했지만 전담조직 없어
전문가들 "연결 체계와 지역사회 관심 함께 작동하는 구조를"

제주도는 자살을 여러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면서 자살예방을 한 기관의 역할에만 맡기기보다 지역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할 과제로 확대하고 제주만의 생명안전망을 그려나가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도심에서 횡단보도를 걸어가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특별취재팀
[한라일보] 제주가 다시 '아픈 지표'를 마주했다. 2024년 처음 기록했던 '자살률 전국 1위'가 2년째 이어지면서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2일 발표한 '202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고의적 자해(자살)에 의한 사망자는 231명으로, 전년(243명)보다 12명(4.9%) 줄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도 34.8명으로 전년(36.3명)보다 1.5명(4.1%) 낮아졌다. 지역 간 연령구조 차이를 보정한 연령표준화 자살률 역시 30.3명으로 전년(32.4명)보다 2.1명(6.5%) 감소했다.
자살사망자와 자살률이 줄어드는 등 지표는 개선됐다. 그러나 제주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2년 연속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23.2명)과 비교하면 7.1명 높은 수치다.
연령별 위기신호도 달라졌다. 1년 전 높은 수준이던 80대 이상과 40대 자살률은 지난해 각각 낮아졌으나, 80대 이상은 56.7명으로 여전히 가장 높았고 60대(48.5명)·50대(44.9명)·40대(42.3명) 등 중장년층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10대 자살률은 10.0명으로 전년(2.8명)보다 3배 이상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고 전국 평균(8.6명)도 웃돌았다.
l '사회적 문제'라는 시작점
제주의 자살예방 체계는 이전보다 넓어졌다. 자살을 정신건강의 문제만으로 보지 않고 경제·고용·건강·사회적 고립 등 여러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면서다.
제주도는 위기대상자 발견부터 위험도 평가·개입, 상담·치료, 복지·경제 등 서비스 연계, 지속 관리로 이어지는 '제주형 생명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경제위기층과 청년층, 1인가구, 독거노인, 장애인, 청소년·학생 등 6개 분야를 우선대상집단으로 설정해 위기 징후를 조기 발견하고 필요한 서비스에 연결하는 작업도 진행해왔다.
자살시도자와 유족 등 고위험군 지원과 함께 지역사회의 역할도 확대됐다. 마을 공동체가 주민의 생명을 살피는 생명존중마을은 13곳으로 늘었고, 위험신호를 발견해 전문기관으로 연결하는 생명지킴이도 1만2000여 명에 이른다.
안전망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이제는 각 대응을 어떻게 연결할지가 과제다. 자살은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건강 문제, 질병과 고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특정 기관이나 분야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강지언 제주도 자살예방·생명존중위원회 부위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고위험군 관리만으로는 전체 추세를 떨어뜨릴 동력이 되지 않는다"며 "행정·복지·보건의료는 물론 고용·서민금융 등을 담당하는 다양한 기관들이 경계를 허물고 다각적인 차원에서 위험요인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도내 행정 전달체계와 유관기관이 긴밀하게 공조하는 시스템을 다지는 동시에 지역 내 이웃의 미세한 변화를 살피고 위기신호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 지역 공동체 전체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l 지역의 역할과 연결
'자살은 사회적 재난'이라는 관점에서 정책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 정부도 지역 단위의 대응력을 강조했다. 지난해 9월 내놓은 '국가자살예방전략'은 지역특성에 맞는 현장 중심의 발굴·예방·지원을 위한 '풀뿌리 자살예방 전담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지자체별 자살예방관 지정과 본청 내 자살예방 전담조직 신설과 인력 확보 등이 담겼는데, 보건·복지·고용 등 흩어진 자원을 연결해 지역 단위의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제주도도 올해 3월 행정부지사를 자살예방관으로 지정했다. 지역 자살문제를 특정 부서의 업무가 아닌 도정과 지역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할 공동의 과제로 넓히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구상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사업운영본부장은 "자살예방은 보건·정신건강 영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여러 분야의 협력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흐름으로 전환됐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제주지역이 중요한 방향을 잘 설정했다고 본다"며 "자살예방관을 중심으로 각 부서가 지역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고 실제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결을 실제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조정할 중심 조직과 현장의 전문인력도 필요하다. 서울·경기·충남 등 일부 지자체는 '자살예방팀', '생명존중팀' 등의 이름으로 자살예방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제주에는 아직 별도 전담조직이 없다. 현재는 제주도청 안전건강실 정신건강팀 소속 2명이 정신건강사업과 함께 자살예방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제주도는 자살예방 활동과 보건·복지·고용 등 관련 분야의 연계·관리 업무를 맡을 조직 신설을 계획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또 사례관리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과제다. 현재 사례관리자 1명이 평균 30.5명을 담당해 보건복지부 권고기준인 '25명 이하'를 웃돌고 있다.
일본 와카야마현 사례가 보여준 것도 자살예방에 있어 중요한 것은 결국 '지역의 역할'과 '연결'이었다. 이미 마련된 안전망이 위기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중심을 잡고 이를 조정하고 연결하는 조직과 인력이 갖춰져야 하고, 여기에 일상에서 위험신호를 발견하는 지역사회의 관심도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다시 마주한 '아픈 지표'는 제주가 생명존중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끝>
특별취재팀=박소정·양유리·강희만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 1577-0199, 자살 예방 상담 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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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2일 발표한 '202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고의적 자해(자살)에 의한 사망자는 231명으로, 전년(243명)보다 12명(4.9%) 줄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도 34.8명으로 전년(36.3명)보다 1.5명(4.1%) 낮아졌다. 지역 간 연령구조 차이를 보정한 연령표준화 자살률 역시 30.3명으로 전년(32.4명)보다 2.1명(6.5%) 감소했다.
자살사망자와 자살률이 줄어드는 등 지표는 개선됐다. 그러나 제주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2년 연속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23.2명)과 비교하면 7.1명 높은 수치다.
연령별 위기신호도 달라졌다. 1년 전 높은 수준이던 80대 이상과 40대 자살률은 지난해 각각 낮아졌으나, 80대 이상은 56.7명으로 여전히 가장 높았고 60대(48.5명)·50대(44.9명)·40대(42.3명) 등 중장년층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10대 자살률은 10.0명으로 전년(2.8명)보다 3배 이상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고 전국 평균(8.6명)도 웃돌았다.
l '사회적 문제'라는 시작점
제주의 자살예방 체계는 이전보다 넓어졌다. 자살을 정신건강의 문제만으로 보지 않고 경제·고용·건강·사회적 고립 등 여러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면서다.
제주도는 위기대상자 발견부터 위험도 평가·개입, 상담·치료, 복지·경제 등 서비스 연계, 지속 관리로 이어지는 '제주형 생명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경제위기층과 청년층, 1인가구, 독거노인, 장애인, 청소년·학생 등 6개 분야를 우선대상집단으로 설정해 위기 징후를 조기 발견하고 필요한 서비스에 연결하는 작업도 진행해왔다.
자살시도자와 유족 등 고위험군 지원과 함께 지역사회의 역할도 확대됐다. 마을 공동체가 주민의 생명을 살피는 생명존중마을은 13곳으로 늘었고, 위험신호를 발견해 전문기관으로 연결하는 생명지킴이도 1만2000여 명에 이른다.
안전망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이제는 각 대응을 어떻게 연결할지가 과제다. 자살은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건강 문제, 질병과 고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특정 기관이나 분야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강지언 제주도 자살예방·생명존중위원회 부위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고위험군 관리만으로는 전체 추세를 떨어뜨릴 동력이 되지 않는다"며 "행정·복지·보건의료는 물론 고용·서민금융 등을 담당하는 다양한 기관들이 경계를 허물고 다각적인 차원에서 위험요인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도내 행정 전달체계와 유관기관이 긴밀하게 공조하는 시스템을 다지는 동시에 지역 내 이웃의 미세한 변화를 살피고 위기신호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 지역 공동체 전체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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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0일 제주도청에서 열린‘2026년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진행된 제주도 지도 모양의 퍼즐판에 생명안전망을 조성하는 퍼포먼스. 제주도 제공 |
'자살은 사회적 재난'이라는 관점에서 정책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 정부도 지역 단위의 대응력을 강조했다. 지난해 9월 내놓은 '국가자살예방전략'은 지역특성에 맞는 현장 중심의 발굴·예방·지원을 위한 '풀뿌리 자살예방 전담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지자체별 자살예방관 지정과 본청 내 자살예방 전담조직 신설과 인력 확보 등이 담겼는데, 보건·복지·고용 등 흩어진 자원을 연결해 지역 단위의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제주도도 올해 3월 행정부지사를 자살예방관으로 지정했다. 지역 자살문제를 특정 부서의 업무가 아닌 도정과 지역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할 공동의 과제로 넓히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구상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사업운영본부장은 "자살예방은 보건·정신건강 영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여러 분야의 협력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흐름으로 전환됐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제주지역이 중요한 방향을 잘 설정했다고 본다"며 "자살예방관을 중심으로 각 부서가 지역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고 실제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결을 실제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조정할 중심 조직과 현장의 전문인력도 필요하다. 서울·경기·충남 등 일부 지자체는 '자살예방팀', '생명존중팀' 등의 이름으로 자살예방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제주에는 아직 별도 전담조직이 없다. 현재는 제주도청 안전건강실 정신건강팀 소속 2명이 정신건강사업과 함께 자살예방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제주도는 자살예방 활동과 보건·복지·고용 등 관련 분야의 연계·관리 업무를 맡을 조직 신설을 계획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또 사례관리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과제다. 현재 사례관리자 1명이 평균 30.5명을 담당해 보건복지부 권고기준인 '25명 이하'를 웃돌고 있다.
일본 와카야마현 사례가 보여준 것도 자살예방에 있어 중요한 것은 결국 '지역의 역할'과 '연결'이었다. 이미 마련된 안전망이 위기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중심을 잡고 이를 조정하고 연결하는 조직과 인력이 갖춰져야 하고, 여기에 일상에서 위험신호를 발견하는 지역사회의 관심도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다시 마주한 '아픈 지표'는 제주가 생명존중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끝>
특별취재팀=박소정·양유리·강희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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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 1577-0199, 자살 예방 상담 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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