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석의 백록담] 제주~칭다오 항로가 남긴 혈세의 무게
입력 : 2026. 11. 09(월) 03:00
위영석 기자 ysw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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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가 글로벌 물류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해 야심 차게 출범시켰던 제주~칭다오 정기 화물선 항로가 취항 1년 만에 심각한 난항을 겪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국제 항로의 돛은 펼쳐지기도 전에 '물동량 예측 실패'와 '막대한 재정 적자'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더욱이 정책 추진 과정에서 투자심사 등 필수적인 행정 절차를 건너뛴 사실까지 드러나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비즈니스의 실패를 넘어 제주 도정의 신뢰도를 뒤흔드는 대형 정책 참사로 비화됐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상식을 벗어난 부실한 수요 예측이다. 지난 2025년 10월 첫 취항 이후, 이 항로를 이용한 화물 실적은 항차당 평균 26TEU에 그쳤다. 텅 빈 화물선이 바다를 오가는 동안, 그 적자는 고스란히 도민의 혈세로 채워졌다. 취항 후 1년여간 지급되거나 지급돼야 할 손실보전금만 무려 76억 원이 넘는다. 전형적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행정이다. 제주 기업들의 실질적인 수출·입 수요와 항로의 경제성을 냉정하게 따져보지 않은 채, 치적 쌓기용으로 사업을 서둘러 밀어붙인 결과가 도민 사회의 무거운 재정 부담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할 행정 절차가 철저히 무시됐다는 점이다. 지방재정법상 수백억 원의 예산이 수반되는 민간 지원 사업은 자치법규에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투자심사를 거치는 것이 원칙이다. 민주적 통제와 투명성을 담보할 제도적 절차가 마비된 채 특정 부서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사업이 강행된 셈이다. 지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이 같은 위법·부당성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도지사의 공식 사과까지 나왔지만, 이미 실추된 행정 신뢰와 낭비된 예산은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

불행 중 다행으로, 위성곤 도정은 선사 측과 '2년간 총 지원금 100억 원 미만'이라는 새로운 협약안을 도출하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재정 투입의 상한선을 두고 운영 실적을 엄격히 점검하겠다는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임시방편식 협약 변경만으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없다. 이제는 퍼주기식 재정 투입을 멈추고, 이 항로가 실제로 자생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옥석을 가려야 할 때다. 농수축산물 등 제주의 주력 생산품이 칭다오 항로를 통해 중국과 비즈니스로 연결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마케팅 체계를 구축하고, 물류 인프라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정책 실패의 책임 또한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절차를 무시하고 부실 예측을 방치한 결정권자들에 대한 명확한 문책이 동반돼야만 향후 유사한 정책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제주~칭다오 항로 잔혹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아무리 명분이 좋은 국제화 정책이라도 치밀한 수요 분석과 투명한 행정 절차라는 기본을 잃으면 결국 도민의 짐이 될 뿐이라는 사실이다. 제주 도정은 이번 사태를 뼈저린 교훈 삼아, 공공 정책의 투명성과 실효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책임 행정의 자세로 전면 혁신해야 할 것이다. <위영석 뉴미디어담당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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