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원도심 활성화, 발상부터 바꿔야
입력 : 2025. 03. 24(월) 07:00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한라일보] 그날 탑동은 적막강산이었다. 겨울이라지만 초저녁임에도 인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인도를 따라 불을 밝힌 매장은 외려 더 을씨년스러웠다.

 기억 속 탑동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게·고둥을 잡던 어린 시절부터 방파제에 앉아 강소주를 마시던 청년시절까지 늘 사람들로 붐볐다. 직장인이 돼서도 탑동의 인기는 여전했다. 퇴근하면 삼삼오오 무리를 이뤄 탑동으로 향했다.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신 후 방파제를 따라 산책을 즐겼다.

 탑동에 사람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몰린 것은 바다가 가까이 있는데다 근처에 저렴하고 푸짐한 식당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도처에 수퍼마켓이 있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도 마음놓고 찾을 수 있었다. 당시 가까이에 비슷한 조건을 갖춘 공간이 드물었던 것도 한 몫을 했다. 탑동이 개발되고 한동안은 운동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줄을 이었지만 최근엔 그마저도 숫자가 많이 줄었다.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그간 광장을 조성하고, 차없는 거리를 만들고, 보행환경을 개선해도 별반 나아진 것은 없다. 상권이 밀집해 있는 칠성로에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행정과 주민·상인들의 하나된 노력이 이어진 덕분이다. 근처에 동문재래시장이 있어 연계효과도 한 몫을 했다.

 원도심 활성화는 비단 우리 제주만이 관심사는 아니다. 세계 각국, 국내의 많은 도시들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대처하는 자세에서 그 성패가 극명하게 갈렸다.

 미국 시애틀은 도시재생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도심 내 낙후된 창고시설 등이 밀집된 지역에 아마존캠퍼스를 유치했다.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낙후된 산업시설 밀집지역을 오피스빌딩 형태로 재개발했다. 대중교통·자전거·보행 등 녹색교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투자도 단행됐다. 업무·정주환경에 대한 개선도 이뤄졌다. 기업들이 몰리면서 인구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20~40대의 인구유입이 두드러졌다. 이제 시애틀은 포틀랜드와 함께 미국 젊은이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로 부상했다. 독일 베를린이나 일본 미나토구 롯폰기(六本木)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도심을 되살렸다.

 단편적인 정책으론 도시를 되살릴 수 없다. 도시의 재생 없인 원도심 상권 활성화도 요원하다. 무엇보다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기존 팽창 위주의 정책을 지양하고, 도시재생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더불어 정책들을 연계·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도시재생, 상권활성화에 대한 의지다. 제대로된 청사진과 함께 장기간의 투자 없이는 도시재생은 불가능하다. 표를 의식하지 않고 장기간 투자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주민·상인들의 일정 부분 자기희생도 필수적이다. 기껏 되살렸는데 임대료가 치솟고, 음식가격이 폭등한다면 다시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영종 편집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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