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인전 여는 발달장애 김용원 군… "순수성 지켜주고 싶죠"
입력 : 2025. 02. 10(월) 17:57수정 : 2025. 02. 11(화) 17:23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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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과감한 표현·색채로 '동물 작가' 존재감
엄마 전혜은 씨 "중요한 건 흥미 잃지 않게 하는 것"
엄마 전혜은 씨 "중요한 건 흥미 잃지 않게 하는 것"

다섯 살 때부터 거의 동물 그림만 그렸다는 발달장애 김용원 군은 '동물 작가'로도 불리고 있다.
[한라일보] '그럼 용원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볼까'. 다섯 살이 되도록 말을 하지 않았던 아이에게 '그림'은 언어를 대신한 표현이었다. 어릴 때 언어 치료를 받으며 시작한 그림으로 열여섯 살인 지금 '동물 작가'로 불리고 있다. 서울과 제주에서 두 개의 전시를 열고 있는 발달장애인 김용원(서귀포온성학교) 군이다.
엄마 전혜은 씨의 말을 빌리면 용원 군은 5살 때부터 "폭발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하루에 6~7시간을 그림만 그리던 때도 있었다. 그 대상이 된 것은 용원 군이 좋아하는 '동물'이었다. 그림을 그린 지 10년이 넘으면서 작품 소재도 차츰 늘고 있다. 꼬마 아이가 사춘기 소년이 되며 음악, TV 등으로 관심사가 넓어진 것처럼 10살 때까진 열에 아홉이 '코끼리 그림'이었다면 코끼리에서 악어로, 말과 소 등으로 범위가 확장돼 왔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아이 같은 순수성이다. 세밀하게 관찰하기보단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동물의 모습을 과감히 그리고 색칠한다. 고맙게도 용원 군의 그림을 알아봐 준 것은 주변 사람들이었다.
"저는 오히려 가까이에서 보니까 아이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발달장애인들이 취미가 많이 없는데) 그냥 그림을 너무 좋아하니까 '좋은 취미 활동이 있어 좋다'라고만 생각했죠.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귀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꿈나무 육성지원사업'으로 멘토 선생님을 만났는데, 본인 생각에 용원이는 '거의 피카소 같은 느낌'이라고 말해주셨어요. 구도가 굉장히 독특하고 창의적이라면서요. 그래서 처음으로 큰 공모전에 응모했는데, 전국에서 (장애예술인) 5명을 뽑는데 용원이가 유일하게 미성년자 작가로 선정된 거죠. 그때 시상식에 갔더니 심사하신 분이 '용원이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애쓴 흔적은 없는데 굉장히 편안하고 완성도가 좋은 그림'이라고 평가해 주셨어요. 그때 처음으로 용원이의 그림이 괜찮은가 보다 하고 느꼈죠." (엄마 혜은 씨)
아이가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자 부모 입장에선 "유혹"도 있었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면 실력이 더 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용원이와 함께했던 멘토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가르치지 말 것'을 권했다. 지난해 2월 경기도 용인시의 벗이미술관과 소속 작가로 계약할 때도 전제 조건은 부모가 '절대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였다.
"사실 모든 아이들이 굉장히 자신 있게 그림을 그리잖아요. 그런데 자라면서 다들 그림을 안 그리게 되고 자신감이 없어지죠. 사실 용원이 그림은 아기 때와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그때 갖고 있던 자신감을 쭉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림에서 순수성이 보이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죠. 다들 용원이는 지금 이대로가 좋으니까 성인이 될 때까지 순수한 느낌을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도 이제는 받아들이고 자유롭게 놔두는 편이에요."
용원 군이 그랬듯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혜은 씨가 해 주고 싶은 말도 비슷하다. 한마디로 흥미를 지켜주라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예체능에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어하는 발달장애인들이 많아요. 그러면 엄마들도 어떻게든 재능을 살려주고 싶어 그 분야로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해 주시죠. 실제로 저한테 문의하는 분들도 많고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흥미를 잃지 않는 것 같아요. 학원을 너무 보낸다거나 하지 않고 아이가 질리지 않게 즐겁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조언해 드리죠."
용원 군의 전시는 현재 삼성서울병원과 제주 서귀포시 색달동에 있는 야크마을에서 열리고 있다. 둘 다 개인전이다.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잡은 삼성서울병원 케어갤러리 개인전 '정글 숲을 지나서 가면'은 이달 28일까지, 야크마을의 로컬 아티스트 전시전 첫 작가로 초대를 받은 개인전 '여행하는 우리는 모두, 예술가'는 오는 3월 9일까지 야크마을 본관 1층 로비갤러리에서 이어진다. 두 곳에선 용원 군의 작품 15점을 만날 수 있다. 야크마을 전시장에선 용원 군의 작품 이미지가 들어간 굿즈도 구매할 수 있으며 판매 수익금 전액은 지역 아동 발달센터에 기부된다. 전시 관람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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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전혜은 씨의 말을 빌리면 용원 군은 5살 때부터 "폭발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하루에 6~7시간을 그림만 그리던 때도 있었다. 그 대상이 된 것은 용원 군이 좋아하는 '동물'이었다. 그림을 그린 지 10년이 넘으면서 작품 소재도 차츰 늘고 있다. 꼬마 아이가 사춘기 소년이 되며 음악, TV 등으로 관심사가 넓어진 것처럼 10살 때까진 열에 아홉이 '코끼리 그림'이었다면 코끼리에서 악어로, 말과 소 등으로 범위가 확장돼 왔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아이 같은 순수성이다. 세밀하게 관찰하기보단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동물의 모습을 과감히 그리고 색칠한다. 고맙게도 용원 군의 그림을 알아봐 준 것은 주변 사람들이었다.
"저는 오히려 가까이에서 보니까 아이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발달장애인들이 취미가 많이 없는데) 그냥 그림을 너무 좋아하니까 '좋은 취미 활동이 있어 좋다'라고만 생각했죠.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귀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꿈나무 육성지원사업'으로 멘토 선생님을 만났는데, 본인 생각에 용원이는 '거의 피카소 같은 느낌'이라고 말해주셨어요. 구도가 굉장히 독특하고 창의적이라면서요. 그래서 처음으로 큰 공모전에 응모했는데, 전국에서 (장애예술인) 5명을 뽑는데 용원이가 유일하게 미성년자 작가로 선정된 거죠. 그때 시상식에 갔더니 심사하신 분이 '용원이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애쓴 흔적은 없는데 굉장히 편안하고 완성도가 좋은 그림'이라고 평가해 주셨어요. 그때 처음으로 용원이의 그림이 괜찮은가 보다 하고 느꼈죠." (엄마 혜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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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 군의 개인전 '여행하는 우리는 모두, 예술가'가 야크마을 로컬 아티스트 전시전으로 열리고 있다. |
"사실 모든 아이들이 굉장히 자신 있게 그림을 그리잖아요. 그런데 자라면서 다들 그림을 안 그리게 되고 자신감이 없어지죠. 사실 용원이 그림은 아기 때와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그때 갖고 있던 자신감을 쭉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림에서 순수성이 보이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죠. 다들 용원이는 지금 이대로가 좋으니까 성인이 될 때까지 순수한 느낌을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도 이제는 받아들이고 자유롭게 놔두는 편이에요."
용원 군이 그랬듯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혜은 씨가 해 주고 싶은 말도 비슷하다. 한마디로 흥미를 지켜주라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예체능에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어하는 발달장애인들이 많아요. 그러면 엄마들도 어떻게든 재능을 살려주고 싶어 그 분야로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해 주시죠. 실제로 저한테 문의하는 분들도 많고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흥미를 잃지 않는 것 같아요. 학원을 너무 보낸다거나 하지 않고 아이가 질리지 않게 즐겁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조언해 드리죠."
용원 군의 전시는 현재 삼성서울병원과 제주 서귀포시 색달동에 있는 야크마을에서 열리고 있다. 둘 다 개인전이다.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잡은 삼성서울병원 케어갤러리 개인전 '정글 숲을 지나서 가면'은 이달 28일까지, 야크마을의 로컬 아티스트 전시전 첫 작가로 초대를 받은 개인전 '여행하는 우리는 모두, 예술가'는 오는 3월 9일까지 야크마을 본관 1층 로비갤러리에서 이어진다. 두 곳에선 용원 군의 작품 15점을 만날 수 있다. 야크마을 전시장에선 용원 군의 작품 이미지가 들어간 굿즈도 구매할 수 있으며 판매 수익금 전액은 지역 아동 발달센터에 기부된다. 전시 관람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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